
건반위에 널부러져있는 애가 세가프라이즈 경품인 엔젤브리즈 미쿠. PVC 재질의 저가형이라고 들었는데 생전 피규어라는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리고 미쿠가 깔고 앉은 악기는 저번에 한번 포스팅한 바 있는 예의 야마하 DX7. 자주 찬양한 적이 있는데 풀 디지털 신시사이저의 시대를 개막시킨 기념비적 악기이자 야마하의 자신감이다.
언젠가 하츠네 미쿠가 07년 발매당시 이 DX7을 기념하기 위해 같은 배색의 신시사이저 의인화로 디자인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DX7의 인터페이스 버튼과 디자인 배색, 그 외 설명서나 롬 카트리지는 앉아있는 미쿠랑 똑같은 코발트 그린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더구나 미드군이 쓰는 이 83년판 DX7, 완전 초창기 모델이잖아... 너무 깔끔해서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데 그래도 엄연히 생산된 지 30년이나 지난 올드악기이다. 그러한 25년의 세월을 넘어 첫 기종과 새로이 목소리를 얻고 태어난 캐릭터가 함께 앉아있는 것을 보니 야마하의 기술력에 경탄함과 동시에 세월에 따른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미드군이 작업을 할 때마다 저렇게 건반이나 책상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당당하게 존재감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라고 해야되나 다음 일기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는데. 이거 중복되는 피규어가 하나 있어서 내가 미드군 준 것이다. 헌데 딱히 오타쿠도 아닌 내가 왜 피규어를 그것도 같은 걸 두 개씩이나 갖고있었냐면[...] 나도 받았다. 이것도 참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어서 애매하다.


그리고 건반 위에 다시 미쿠가 깔고 앉은 저것 역시 야마하의 DSP : Digital Sound Processor인 SPX90이다. 랙마운트용 이펙터이자 스튜디오용 DSP의 가격을 혁신적으로 줄여 보급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SPX 시리즈의 가장 첫 모델인 넘버 90, 사실 얘도 1986년 출시니 거의 27년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DX7과 동시대에 나타났던 녀석이라 동일한 검은색 색상에 코발트그린의 제품명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시대 야마하의 경우 곳곳에서 검은색과 초록색 혼합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훗날 야마하 바이크를 포함해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에 모티베이션을 제공하게 된다... 뭐 하츠네 미쿠도 같은 배색으로 만들어졌고... 사실 난 리버브 이펙터 소리를 직접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역시 잘은 모르겠어. 베이스 이펙터 몇 번 써 본 적은 있는데 호감은 가도 아직 그렇게 본격적으로 갖고싶은것도 아니고 이펙터질 시작해서 패가망신하기 전에 기본기나 쌓자는 느낌이라;;
그나저나 이 이펙터도 공개당시만 백몇십만원 했던 랙장비인데 난 이걸 다른 짐도 많던 와중에 낑낑거리며 간신히 지고 와서 미드 갖다줬거든. 진짜 나 너무 착해빠진거 아닌가 싶다... 일본 다녀온 뒤로 이것저것 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이 참 많았는데, 그래도 아깝지는 않은 걸 보면 역시 선물이라는건 받을 때보다 줄 때가 제일 기쁠 때가 아닌가 싶어.

악기라는 건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지. 그것도 이처럼 수십면 지난 올드 빈티지드 악기들은 더더욱이나 그런 느낌이 들어. 헌데 그런 악기로도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하고자 한다면, 또한 만들고자 한다면 유감없이 그 진가를 발휘해주기에는 충분하기에 그만큼 인간의 기술이 이 얼마나 경이롭지 않은가 생각해보곤 해.
이제 시대의 대세는 FM 신스의 특이한 음색보다는 PCM과 다중복합식의 풍부한 재현력을 자랑하는 음색으로 넘어왔지만 이처럼 옛날 악기의 신비로운 음색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미래에서 날아왔다는 미쿠처럼 사람들의 상상과 꿈 속에서 다시 그런 악기들이 뿅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 미래의 혁신은 과거의 혁신만큼이나 극적이고 기대되기 마련이니까.
미드군이 악기 잘 썼으면 좋겠다. 기왕 내가 다 갖다준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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