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카고시마의 고구마 소주, 그래... 사쓰마 소주를 하는 곳이라면 어딜 가나 다 자체적인 견학시설을 만들어두고 있고, 고구마 증류가 다 끝나고 숙성만 하기에 일이 없는 이 기간일수록 오히려 더욱 관광객들을 유치하여 사쓰마 소주의 명성과 향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사실 이 공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의 공장에는 이미 견학을 가본 적 있었는데... 아무래도 단체 중심의 안내를 할 때가 많다보니까아. 가급적이면 상설로 열려있는 곳에 가고 싶었어. 놀러온 미드군도 꼭 소주공장을 보고싶다고 했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본 결과 전차 종점인 타니야마역에서 3-4km정도 떨어진 해안가 공단에 있는 혼보 주조에 갤러리아 혼보라고 하는 소주 박물관 및 견학시스템이 있더라고. 전화해보니까 흔쾌히 언제든 방문해달라고 하기에 3시 전후해서 가보겠다고 했었어.

사실 소주공장 견학은 이전에도 가본 적 있었고, 일단 원리라던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한국 소주와 큰 차이가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동행인 미드군이 일본어를 전혀 알아듣거나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동시통역하느라 꽤 피곤했었어. 마침 갔더니 박물관이고 공장 시설이고 되게 조용적막해서 조금 불안했는데 잠시 로비에 있더니 금세 예쁜 직원누나가 와서 안내해주더라.
사람 없이 조용한 공장 시설에서 안내해주었는데. 공장 가동은 고구마가 수확되는 하절기부터 모든 증류공정이 완료되는 초겨울까지. 그 이후는 내내 숙성을 관리하는 사람들 외에는 이렇게 공장 설비는 놀린다고 하니까 견학이 된다더라. 타이밍이 좋았어. 너무 조용하고 깨끗하게 되어있어서 미드군은 이게 모형인줄 알았다고 해.
말 그대로, 지금은 가동 휴업중이고 소수의 직원들만 남아있는건데 의외로 언제든지 견학할 사람이 오면 가이드가 펼쳐질 준비가 되어있어서 놀랐는데 실은 오늘 단체관광객이 올 예정이었다더라. 헌데 날씨가 영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어땠는지 오지 않았다고 해. 그런데 우리들이 전화해서 바로 일대일 안내가 가능했다고... 덧붙여 나 역시 이걸 미드군에게 안내를 동시통역하면서 배경지식이 있다는 데 감사하게 생각했었어. 또한 일본어도 한국어도 아직 내게 많이 부족하다는 실감도 했구.

이게 혼보주조 창립시에 쓰던 증류기...라고, 청동녹이 아직 남아있는 이 녀석이 소주 갤러리에 진열되어있었어. 그리고 그 당시 소주를 만들던 사진과 창립자들의 사진도 함께... 개 군소기업에 지나지 않는, 그런 숱한 양조장 중 하나에 불과한 회사지만 또 다른 회사들도 이런 식으로 옛 것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온고지신하는 모습을 볼 때 전통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곤 해....
...헌데 정작 공장이나 이런 유물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던게, 내 정신은 그 다음에 있는 소주 갤러리에 완전히 팔려 있었으니까. 사실 이 초창기 증류기도 소주갤러리에 있었던건데, 이거 외에도 창립 이후부터 만들어지는 수백종 소주 레이블이라던가 영상자료도 있었건만 내 관심은 이 소주갤러리에 더 가 있었어.

....왜냐하면... 여기 술 죄다 공짜로 맘대로 먹어도 되거든. 레이블만 수백종류가 있고 원주, 물 비율이라던가 리큐어로 만들어지는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소주가 있어서 그걸 직원의 안내에 마셔볼 수 있었던건 즐거웠어. 다만 으레 여기 있는거 죄다 고도주인데다 직원도 따라줄 때 듬뿍듬뿍 따라주기 때문에 대낮부터 취해서 핑핑 돌게 된다는 단점이.... 정말 즐겁게 많이 마셔볼 수 있는건 좋았는데 대낮부터 얼굴 빨갛게 되어서 술냄새 풍기며 다녀야 했던건 좀 안자랑.
카고시마현에만 이러한 양조장이 300여개가 있고 한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만 또한 수십수백종이 있어. 그리고 그 각각의 술들은 저마다가 자랑하는 역사깊은 전통방법대로 만들어지며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끔 나는 이러한 전통을 지키는 양조가들을 보며 우리들이 옛것을 보존하고 느끼는 방법, 그리고 그걸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온고지신에 대한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를 고찰해보고는 해.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말야.
하여간, 술냄새 가득히 풍기며 걸어왔어도 한 가지 술에서 이처럼 많은 향기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배울 수 있었던 그런 즐거운 날이었어. 고구마 소주, 쌀 소주, 사탕수수 소주, 보리소주에 이르기까지 소주는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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