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도 시범으로 개봉했다는 이야길 듣긴 했지만 이걸 카고시마 개깡촌에서 개봉해줄거라는 생각은 안 했기에 그냥 개봉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그런가보다- 하고 가만히 있었던 어느날이었다. 트위터 타임라인이 하도 이 작품 이야기로 떠들썩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의 토호시네마 상영표를 봤는데... 그럼 그렇지 없더라. 헌데 카고시마에서도 개봉했다는 만동 친구들 이야기를 얼핏 들어서 다른 영화관은 혹시 개봉했나 계속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츄오 AMU에 딸려있는 미티에서 개봉하고 있었다.
사실 슬픈 작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상 이 작품을 멋지다거나 엄청 재밌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왈가왈부 해도 일단 작년 방영한 TVA들 중에서도 가장 말도 탈도 많았던 작품이고 기존의 패턴을 상당히 깬 안티테제격인 작품이기도 해서 - 게다가 기껏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딱 하루 개봉하고 말았다는데 - 하는 충동도 맞물려 결국 보러 가게 되었어.

좋은 자리 잡을 생각에 1시간 가량 일찍 갔는데 생각외로 자리는 철철 넘쳐나고 있었어. 그야 그럴수밖에 없었던게, 일단 개봉은 보름 전에 했었고 진짜 볼 사람들은 이미 그 동안 다 봤을테니까... 미나미큐슈에서 개봉관은 카고시마 미티 한 군데밖에 없어서 꽤나 붐비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관에 있었던 사람은 나 포함해서 열 명도 안 되었던 것 같아. 덕분에 가장 좋은 한중간 자리에서 쾌적하게 볼 수 있었어.
굿즈 파는데가 좀 신기했는데 이 때 마도마기 외에도 상당히 많은 애니메이션의 굿즈를 팔고 있어서 놀랐다. 게다가 다들 눈알이 야구공만해질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어. 그렇지 않아도 티켓값도 비쌌는데... 대학생 할인 받아도 한 편에 1500엔, 전/후편 구성이라 3000엔인데 이거 한국 원화라면 5만원은 하는 가격이잖아. 눈물날거같더라. 덕분에 이번주는 술 다 마셨어.

정작 난 다른 굿즈들보다 포스터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포스터 그림들이 정말 예쁘고 블링블링했어. 오히려 이 포스터를 팔지 않나 궁금해서 직원들에게 문의해봤는데 포스터만 빼고 다[...] 판다더라. 일러스트야 그냥 인터넷에서 이미지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막상 포스터 크기로 큼직하게 인쇄되어있는 것이 예뻐서 좋았는데.
넥스 라지스트 사이즈로 한 컵 샀는데 이것도 480엔인가 했어... 환율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기도 한데 이 나라는 뭘 사도 다 비싸구나;; 따로 물 같은걸 가져갈 생각을 못 하고 충동적으로 급히 표를 끊은거라 좀 아쉽긴 했다. 하여간 상영시간이 되어서 영화관으로 들어갔지. 한국 상영 분위기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여긴 뭐 사람도 적고 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보러 온 사람들인 것 같아서 조금 안심했어.

스토리 관련한 내용이야, 그냥 TVA랑 똑같으니 스토리 이야기는 생략. 다만 작화 다시 잡은 부분이나 리마스터링으로 성우들은 새로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정말이지 성우들 연기는 멋진 느낌이었어. 사실 작화나 그림체야 내가 평가할만큼 제대로 본 것도 아닐뿐더러 일단은 극장판인 이상 꽤나 제값을 했지. 오히려 나는 다른것보다 새로 어레인지된 삽입곡들이 정말 인상깊었는데 마도마기의 곡들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가끔 악기로도 연주하는 내 입장에서는 새로 편곡되어 적재적소에 배치된 삽입곡들이 짱짱한 극장 디지털 사운드로 액션과 함께 깔리니까 그 때만큼 전율이나 박진감 넘칠 때가 없었던 것 같아.
마미야 사망씬이 충격적이라 그랬지 워낙에 사랑받는 캐릭터고, 쿄코 비중은 좀 줄어든 반면 호무라 비중이 많이 늘어난 느낌. 쭉 이어붙여놓고 보니 제목만 마도마기지 실제 스토리의 축 자체는 호무라가 끌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 실제로 작화에도 제작신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것이 느껴졌는데 무슨 중학교 2학년짜리 각선미가[...] 참 엄청나더라.
자막이 없는 영상으로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저번에 봤던 늑대아이에 비해서 나오는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 늑대아이의 경우 나오는 어휘를 전혀 무리도 없고 자막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반면 이번 마도마기의 경우에는 어휘가 너무 어려워서 잠깐 생각해가면서 보기도 하고... 초반 몇 군데 제대로 못 알아먹은 부분도 있었어. 더구나 설정 설명을 하는듯한 부분, 큐베라는 못된 축생이 막 희망과 절망의 상전이가 어쩌고 엔트로피가 저쩌고 할 때에는 신나게 총알 박아넣던 호무라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기분.
큐베는 생긴건 참 귀엽고 예쁜데 실제로는 피도 눈물도... 없다기보다는 극중 호무라의 말마따나 인간의 가치관 자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생물이란 느낌. 허나 반대로 인간이 가축을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할 때 약간이나 공감이 되긴 했다마는 그 가축으로서의 대상이 인류라고 보면 꽤나 괘씸한 기분이 드는것도 사실이야.
아, 폰트가 무슨 소린지 읽을수가 없어... 룬은 분명 아니었고 알고보니 제작사에서 만든 폰트라는 모양. 처음에는 꽤 오래 해독이 안 되었는데 나중에 이런거만 전문으로 하는 덕후집단들이 모여서 신나게 계산하고 해독한 결과 지금은 완전히 해독이 가능했다고 해. 참 세상에는 별별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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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극장판, 총집편으로서의 마도마기를 보고 온 건데, 크레딧 롤 다 올라가고 나서 내년에 개봉할 3편 예고가 나올줄은 몰랐어. 예고편만으로도 충격적으로 보이는 사건이 많아보이는데... 요약하자면 쿄코가 존나 바쁘게 뛰어다니고 히토미가 뭔가 스토리에 관련이 있는 것 같구, 기껏 개념화된 마도카가 마녀의 존재를 없애놨는데 갑자기 마녀가 뙇하고 나타나질 않나 큐베는 형편좋게 와 이게 마녀인가 하고 신기해하질 않나, 마도카는 이제 시작도 끝도 없는 개념이 된 걸로 스토리가 끝났는데 갑자기 울티메이트 버전으로 또 얘도 뙇 등장하지를 않나 내 참...
3편 예고로 미루어보건대 샤프트 입장에서 [이거 잘 팔렸는데 이미 닫힌 결말이잖아] -> [그럼 다시 열린 결말로 해서 더 팔면 되지!] 하는 심상의 이동이 보여서 좀 웃펐어. 분명 3편이 나오면 상당히 재미있을테고 잘 팔리겠지. 여러모로 충격을 준 작품인 만큼 그럴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13년 개봉이라고 나왔었는데 2013년에 내가 일본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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